[식품리뷰] 아이스바 <키위 아작>
2003 5. 30
사뭇 두렵게도, 땀삐직삐직 흘러마지않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이럴땐 뭔가 얘기라도 시원한 얘기를 하지 않으면 두려움을 떨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스크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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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아이스크림이라고 뭉뚱그려서 불러버리는 '빙과류'는, 바류, 콘류, 쭈쭈바류, 시모나류, 폴라포류 등의 장르로 세분화 되어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부장르들은 지나치게 포장과 겉모양에만 집중하고 있음으로해서,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될 빙과류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중차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빙과류는, 그 모든 분류에 우선하여, 다음과 같이 양대학파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하드류'와 '콘류'다.
그렇다. 이는 말할것도 없이, 우유 성분이 들어있는지 여부에 따른 大분류로서, 빙과류 애호가들은 이들 중 어느쪽을 더 많이 지지하는지에 따라 하드류 선호파와 콘류 선호파로 나뉘게 된다. 물론 두 학파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게 상호간 교류를 활발히 벌이고 있어 주위에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지..지는 않고, 여튼 그렇다.
그런데, 여름철이 되면 아무래도 계절적 특성상 하드류가 지지를 받기 마련이고, 이러한 지지율 변동추이에 따라 각 메이커들은 매년 이맘때를 전후로 새로운 하드류를 속속 발표하게 된다.
그리하여 올해 또다시 새로운 하드류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 걸출한 완성도의 하드류가 등장하여, 필자를 흥분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그는 바로, 그 이름에서도 웬지 호쾌한 풍모를 풍겨주고 있는 <키위 아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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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하드의 포장은 연두색으로서, 작대기를 달고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완전히 콘류로 분류되어야 마땅할 <메로나>와 자칫 혼동이 되기 쉬운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강렬한 흰색의 날림체로 쓰여있는 '키위 아작'의 "아작" 부분은, 웬지 사춘기 소녀의 봄 원피스를 떠올리게 하는 <메로나>의 정취와는 사뭇 달리, 갑빠가 넘치는 파워를 보여준다.
해서, 당 하드의 포장을 제거하면, 포장의 색과 거의 비스무리한 색의 본체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본체는, 비쥬얼부터 맛까지 하드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제낀 불멸의 걸작 <죠스바>를 통해서 굳건히 확립된 '껍디속알 이중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불량식품계에서만 조심스럽게 도입하고 있던 극명한 컬러 대비를 과감하게 도입하며 충격과 함께 애호가들 사이의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더랬던 <죠스바>와는 달리, <키위 아작>은 대단히 온건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
즉, <키위 아작>의 껍디/속알의 색상과 맛은, 거의 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게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석바>가 최초로 도입, 센세이션을 몰고왔던 '얼음 알갱이 삽입술'을 정통 계승한 껍디와, 자칫 너무 싱거워질 수 있는 껍디의 맛을 충실하게 보강하고 있는 다소 늰질늰질한 촉감의 속알은, 겉보기보다 훨씬 뚜렷한 맛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유저에게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쾌감을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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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하드는 물론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키위 아작>의 단점 중 가장 큰 단점은, 껍디와 속알의 밀착이 굳건하지 않아, 씹어먹어감과 동시에 껍디에 균열이 발생하면, 하드 본체로부터 쉽게 이탈하여 툭툭 떨어져내린다는 점이다.
이는, 사용자의 먹는 테크닉과는 무관하게, 뭔가 질질 흘리는 듯한 비쥬얼을 창출해냄으로써 사용자를 매우 당황스럽고도 쪽팔린 입장에 처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심각한 결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연인이 데이트 중 당 하드를 구입하여 먹는 도중 이러한 문제에 봉착한다던가, 신촌 명동 등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활보하며 당 하드를 먹을때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당황스러움과 쪽팔림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학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최대한 입술을 내밀어 껍디를 감싸쥐듯 압착보호하며 씹어먹는 '움켜쥔다' 테크닉을 적극 추천하고 있으므로, 애호가 제위께서는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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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죠스바>나 <보석바> 등의 거두들같이 하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혁신은 없지만, 어쨌든 그 맛과 완성도로 볼때, 올 여름 하드류계에 새로운 주류로 자리매김 되기에 충분한 <키위 아작>..
올 여름에는 부디 이 하드를 능가하는 걸작들이 속속 발표되어, 더위의 괴로움을 다소나마 경감시켜주기를 충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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