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Skies"
2003 6. 03
우연히 들어간 술집에서 탐 웨이츠Tom Waits의 노래가 흘러나오게 되면, 나는 무조건 그 가게의 단골이 되기로 결심한다. 탐 웨이츠의 노래를 틀어주는 가게라면, 어느 정도는 무조건 신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긴 술집이라는 곳은 신용같은 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곳일지도 모르지만.
근데, 탐 웨이츠가 누구냐고? 그는 영화 배우이자 연극 배우이자 극작가이지만, 그 이전에 뮤지션이다. 그것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면서도 퇴색하진 않는 흔하지 않은 뮤지션인 것이다.
그의 노래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볼까.
탐 웨이츠의 노래가 가장 어울리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스트레이트 버번같은 고동색 담배연기가 흘러다니는 작고 사려깊은 술집이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머릿속을 열어서 하루종일 들어차있던 후덥지근한 공기를 환기시키고 있고, 카운터에선 야구모자를 쓴 말 수 적은 주인이 소리를 죽여놓고 냉장고 위에 얹어놓은 흑백 TV로 야구중계를 보고 있다. 그의 머리 위 천정에는 2차 대전 때의 폭격기 모형이 매달려있다.
그곳에서 탐 웨이츠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내 옆 의자에서 한참 얘기에 열중해있던 친구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음악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킨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몸도 흔들지도 않고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노래가 끝나면 친구는 슬쩍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미안, 어디까지 했더라?'
물론 그 친구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고마우니까. 나에게 탐 웨이츠의 노래는 그런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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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랜만에 꺼내들은 앨범. 이 앨범은 탐 웨이츠의 노래들을, 블루스부터 포크까지 그와 어울릴듯한 각종 아티스트들이 다시 부른 앨범이다.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가 부른 첫 곡 "Whistlin' Past the Graveyard"의 시간이 밤 12시의 한밤중이라고 한다면, 앨범의 곡들은 뒤로 넘어갈수록 7시의 해질녘에서 한 낮으로, 그리고 아침까지 거꾸로 흐른다.
그리하여 마침내 앨범은, 플로이드 딕슨이 부른 아침 7시 같은 마지막 곡 "Blue Skies"에 당도하게 되는 것이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워낙에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탐 웨이츠의 노래들이지만, 남산을 향해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들은 이 곡은 그의 노래가 단순히 홍대 앞 바에서만 어울리는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 곡을 들으면서 잠깐 쳐다본 오늘 하늘은 정말로 파란하늘이었다.
:: Floyd Dixon "Blue Sk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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