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서 그들을 돌보시길
2003 7. 14
인도에 갔을때의 얘기다.
흔히 '라다크'라고 부르는 인도 북부지역으로 가는 지프를 타려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났다.
새벽 해가 저만치 뜨려고 하고 있었고, 지프 앞에선 사람들이 마치 캠프 파어어처럼 둘러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흰색 지프 지붕에 산더미처럼 쌓인 짐들 위에 내 배낭을 얹고, 간신히 앞자리에 낑궈 앉으니, 자주색 터번 바로 아래까지 번져있는 턱수염이 멋진 운전수 아저씨가 무표정하게 차를 출발시켰다.
뒷자리에 앉은, 붙임성 좋은 농부 아저씨가 예의 그 튀긴 생라면 같은 영어발음으로 말을 건다.
친척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그 아저씨와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던 와중 갑자기, 지구상에 나 있는 가장 높은 찻길을 지나간다는 그 버스 얘기가 떠올랐다.
며칠후면 내가 타게 될 이 버스, 열대중 석대는 벼랑으로 구른다는 그 떽떼굴 버스 얘기 말이다.
당연히도 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버스, 그거 정말 그렇게 위험하냐구. 대답이 뭐였건간에 탔을꺼면서 말이지..
근데, 그 인도 농부 아저씨가 웃으면서 날린 대답은 이 한마디였다."My friend, It's up to God."
그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 대답을 듣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것 만큼은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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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인도 농부 아저씨의, 그 말버릇 같던 한마디가 생각난다. 그런 말버릇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벌써 잊혀지고 있는 그 탐욕의 전쟁 때문에 죽고 상처받았겠지.
그 신이 어떤 신이었는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신께서 부디 그들을 돌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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