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2003 8. 8
앨버트 킹의 손가락은 참으로 날렵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손가락이다.
기타 네크를 매달리듯 잡고 있는 그의 손가락은, 바람넣은 수술용 고무장갑을 연상시킨다. 그 장갑위에 까만 매직까지 칠해놓고 나면, 실물과 모조품을 구별해낼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그의 손가락은 보기만 하는 것으로도 어느새 주위에 온통 블루스가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린다.
그의 손가락의 색깔 같은 블루스가 말이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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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손가락이 멋진 연주를 만드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멋진 연주를 하는 손가락은 언제나 멋지다.
제 아무리 검고 투박하더라도 말이다.
:: Albert King "Blues Pow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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