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문제
2003 8. 27
얼마전에 <어바웃 어 보이> OST를 입수했다.
예의 그 <어바웃 어 보이>적인 영국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자켓 디자인은 말할것도 없고, CD에 프린트 된 죽은 오리 그림은 과연 '과연'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음악이야, 영화에서 익히 들었듯, 당연히 좋지 뭐.
헌데 이 앨범에는 치명적인 부분이 하나 있다.
그건, <어바웃 어 보이>의 OST라면 마땅히 실려 있을 것이라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굳게 믿었던 대목인, 윌과 마커스가 'Killing me softly'를 듀엣으로 부르던 학예회 공연(?) 대목이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그 결정적 대목이 빠진다면 OST에 과연 어떤 걸 실을 수 있으랴!..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소박하고도 순진한 소망이었을 뿐이었다.
아.. 그 대목이 없이도, OST는 16곡 꽉꽉 채워서 멀쩡하고도 번듯이 잘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당연히도 그 공연 앞뒤로 깔리던 윌의 결정적인 대사들, "니가 사회적 자살social suicide을 하려고 한다는 얘길 듣고 왔다"라던가, "그리하여 나는, 내 노래로 걔들을 부드럽게 죽여줬다killing them softly with my song" 같은 것들도 들을 수 없었다.
뭐, <빌리 엘리어트>의 OST처럼 곡 사이사이에 멋진 대목들을 넣어주는 것같은 친절까지 바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대목이 빠진건 너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버스를 타라 Get on the Bus> OST를 들 수 있다.
스파이크 리의 영화 중 가장 멋지다 사료되는 이 영화에는, 제임스 브라운부터 레이 찰스까지 실로 쟁쟁한 흑인 뮤지션들의 음악이 튀어나오는데, OST에는 그런 것들이 모조리 빠져있다.
뭐, 그런 대가들의 음악들이야, 듣고 싶으면 따로 판 사서 들으면 되는거니까 별로 불평할 꺼리가 못될 것이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서 등장인물들이 모여서 부르는 소박하고도 멋진 합창(?)들이 빠져있는건 꽤나 불평할만한 꺼리다.
특히, 버스가 고장난 대목에서 열명도 넘는 등장인물들이 길 옆에 옹기종기 모여서 부르던 '고장난 버스 블루스'가 빠진건, <어바웃 어 보이>의 '킬링 미..'의 누락 만큼이나 치명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이 OST엔 영화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곡들이 왕창 실려 있었는데, 영문을 알고 보니 자켓에는 'Music from and INSPIRED by the Motion Picture'이라고 적혀있었다. OST라고 못박고 들어간것도 아니니까 불평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끙..
결국 이 모든 상황은, 억울하면 DVD 사라는 다국적 미디어 그룹들의 준엄한 경고인가.그렇다면 이건 상당히 섬찟한데.
ps.
하지만 <버스를 타라> OST에는 다행히도, 버스에 탄 등장인물들이 박자에 맞춰 하나씩 자기 소개를 하는 멋진 대목이 실려 있다.
스티비 원더가 실로 멋들어지고도 장중하게 리메이크 한 밥 말리의 '리뎀션 송Redemption Song'도 실려있고.
이만하면 비겼다고 할 수도 있을까..
:: The Bus Crew "Shabooyah (Roll C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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