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첫날'
2003 9. 7
포레스트 휘태커가 상당히 'hip'한 킬러로 나오는 영화 <고스트 독 - 사무라이의 길>은 짐 자무쉬의 영화 중에서 상당히 홀대를 받았던, 그리고 받고 있는 영화다. 그 홀대의 원인은 아마도 '짐 자무쉬의 영화 같지 않다'가 주종을 이루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그런 점이 무엇보다도 좋다.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했던 '고스트 독'이라는 캐릭터는, 정체를 숨기고 다 무너져가는 옥탑방에 은둔하면서 한 사람의 주군만 모시는, 말하자면 <바벨 2세>의 로뎀 같은 존재다. 멋지게도 말이지.
나는 포레스트 휘태커라는 배우를 무척 좋아하는데, 평소에 악기로 치면 대부분 베이스쯤에 해당되는 역을 주로 맡았던 그가 제대로 된, 그리고 제대로 어울리는 주연을 했다는 면에서도 이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한 영화였다.
그런데, 이 '고스트 독'이 주군으로 모시는 마피아 새끼보스가, 그의 왕보스에게 고스트 독의 정체를 추궁당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새끼보스가 고스트 독에 대해서 설명('아무것도 몰라요'도 설명에 해당한다면)하면서 이런 대사를 한다.
"보수는 한꺼번에 계산해서, 매년 '가을의 첫날'에 보내도록 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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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대한 수많은 영화와 대사가 있지만, 나는 이 대사처럼 오랫동안 머릿속에 들러붙어 있는 멋진 대사를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그 '가을의 첫날'이라는 날은, 과연 어떤 날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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