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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산에서

2003 9. 28





은 애들을 많이 만났다.



마치 일주일쯤 된 새끼 강아지 털 같은 이끼.
얘들은 콘크리트 짝퉁 나무도 진짜 나무로 만들어 버린다.
이끼는 귀엽고도 멋지다.



그 이끼 위에서 날씬한 도토리가 썬탠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걸친데다가 번들번들 오일까지.
흡사 누드 비치를 방불케하는 풍경이로다..
어허...



이것이 회장님 도토리의 실체.
솔잎을 명패삼아 두고, 소파에 파묻혀 약 36도 각도의 후방각을 유지하고 있는 저 헤비한 갑빠를 보라..



도마뱀 한 마리가 길가에서 도망도 안치고 삐대고 있다.
도망가라고 툭툭 건드려도 계속해서 위치를 사수하던 그 도마뱀.


그의 오른쪽 앞발은, 당시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아, 쫌, 가만 좀 있어봐, 임마...'

아, 그 깊은 뜻을 나같은 인간 나부랭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요...


© photos by HanD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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