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크>에서 - #2
2003 10. 27
<스모크>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무려 세명씩이나 무더기로 나오는 영화로 유명...하지는 않고, 하여튼 무더기로 나온다.
아닌가? 다들 <스모크>에 나와서 좋아하게 된건가?
흠.. 뭐, 어쨌든,
멋진 배우 삼종세트라 불리워 마땅한, 그 세 사람의 배우는 누군고 하니 바로, 하비 키이틀, 윌리엄 허트, 그리고 포레스트 휘태커다.
완전 내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얘기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 모를 평가로는, 이 세 배우 모두들 <스모크>에서 거의 최상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본다. 뭐, 윌리엄 허트의 경우라면 <거미여인의 키스>의 뽕나는 연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말이다.
어쨌든, 그 멋짐에 있어 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만, 이 세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않고 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한 '사이러스'를 꼽으련다.
이 '사이러스'역 만큼 그에게 어울리고, 그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역이 과연 또 있을 것인가..
그 갈고리 의수는 너무 길쭉한 바람에 짝퉁 티가 상당히 나긴 했지만, 뭐, 그런거 쯤이야 연기로 카바하는거지.
바로 이런 장면에서의 이런 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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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드 참견하려는 건 아닌데요, 팔은 왜 그렇게 되셨어요?
사이러스 (갈고리 손을 치켜들고 잠시 바라본다) 꼴사나운 쇳덩이지? (사이) 내 팔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얘기해주지. (사이. 예 생각이 난다는 듯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사이)
12년 전에 하느님께서 나를 내려다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어.
"사이러스 넌 나쁜 놈이고, 멍청하고 이기적인 놈이다. 우선 내가 네 몸에 술을 채워 주마. 그러고 나서 널 운전하게 하겠다. 그러고나서 네 차를 다른 차와 부딪히게 해서 네가 사랑하는 여인을 죽이겠다.
하지만 너, 사이러스, 너는 살려주겠다. 산다는 게 죽는 것보다 훨씬 못 한 것이니까. 그 대신 네가 그 불쌍한 여인에게 한 일을 잊지 않도록 네 팔을 없애고 그 자리에 갈고리를 달아주겠다.
네 두 팔과 두 다리를 없애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비를 베풀어 네 왼쪽 팔만 없애겠다.
네 갈고리를 볼 때마다 너는 네가 얼마나 사악하고 바보같고 이기적인 놈인가를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네게 주는 가르침이다. 사이러스, 네가 회개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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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from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열린책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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