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포스터, 카피 그 어느 것 하나 ‘관객에게 발랄한 연애행각을 보여준다’라는 대의를 지향치
않는 것이 없는 <연애의 목적>.
당 영화는
행여나 누가 그런 카인드 오브 영화 아니랄까봐, 기자 시사회에 왕림한 제작진 및 출연진 일동이
“이 영화는 캐주얼한 / 비비드한 / 발랄한 /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셔야 하는 연애영화예요”라는
점을 일제히 강조하고 있었더랬다.
근데,
누가 물어봤어?
이렇게
누가 물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뭔가를 열심히 주장하는 경우, 그 배후에는 뭔가 수상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법,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는 ‘캐주얼하고도 비비드 하면서도 가벼운 연애영화’
같은 것이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연애의 목적>의 정체는 놀랍게도, 멀게는 <수사반장>
가까이는 <CSI> 시리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본격 종합 범죄물이었다.
단적인
예로서, 젊은 고등학교 교사(男)와 그 밑으로 실습을 나온 교생(女)의 얘기인 이 영화에서,
교사가 자행하고 돌아다닌 범죄행각의 타이틀만 나열해봐도 다음과 같다.
①
금지된 건물 내 흡연 ② 노상 방뇨 ③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 ④ 학생에 대한 감정적
폭력행사 ⑤ 학생에 대한 폭언 및 협박 ⑥ 직권 남용 ⑦ 무단 주거 침입 ⑧ 스토킹 ⑨ 강간
⑩ 폭력 등등..
이 정도면,
가히 범죄 마트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 하겠다.
헌데
<연애의 목적>은 이 모든 범행들을 '연애' 또는 '사랑'이라는 용어로 통칭하고 있었던
바, 이에 대해 필자는 이 자리를 빌어 <연애의 목적> 주최측에 한 말씀 올리고자
한다.
정상인들의
세계에서는, 사랑을 빙자해 저런 행각들을 일삼는 경우를 이러한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 ‘스토킹’.
그리고
그런 짓을 일삼는 자들의 정식 학명은 다음과 같다 : ‘미친놈’.
또한
그런 자들에게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결국 나중에 수습할 수 없는 파국까지
가고야 마는 자들을 이렇게 통칭한다 : ‘찐따’.
에이,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께서는, 일례로서 이 대사를 함 봐 주시기
바란다.
교사와
교생, 회식이 끝난 후 처음 1대1 술자리를 갖는 자리. 교생이 조개탕에서 조개살을 열심히
빼먹고 있음. 교사, 이를 뚫어지게 관찰하다가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날림

"최
선생님, 조개 좋아하시나 봐요? 아, 조개 무지 좋아하시네. 조개가 참 좋나 봐요. 조개
맛있어요? 조개 정말로 좋아하시는 거 같애.... 나는 다른 조개 먹고 싶은데..."
이 대사가
정상적인 연애용 대사라면 성추행은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애정 고백이며, 스토킹은 세상에서 가장
진실하고도 헌신적인 사랑의 형태다.
씨네 21 507호 (05년 6월 둘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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