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주전쟁>측에 제기된 투덜 중 대표작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①
SF 액션영화인 줄 알았는데 민방위 영화였다
②
외계인이 세균 때문에 냅다 전멸하는 설정은 관람료 환불 사유에 해당된다
③ 우주전쟁이라면서 왜 지구에서 전쟁하냐
④ 탐 크루즈의 자녀 캐릭터들이 마음에 안 든다. 둘 다.
⑤ 팀 로빈스는 <쇼생크 탈출>에서 19년 동안 땅만
팠는데, 또다시 땅굴을 파게 한 건 너무나 가혹했다
⑥ 난 팀 로빈스 보고 히딩크 감독인줄 알았다
다들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①번의 경우, 지난 1938년 미 컬럼비아 방송국에서 방송된 <우주전쟁>의 라디오
버전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용서됨이다.
오손 웰즈가
연출을 맡았던 이 라디오 극은, 가짜 음악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화성인 침공을 알리는 뉴스를
속보를 끼워넣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일부에서는 실제로 짐을 싸서 피난을 가는 사람들이 출현할
정도로 그 실감과 충격은 대단했다. 만일, 스필버그가 그때 그 필을 영화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그 절절한 민방위 필은 충분히 수긍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이다.
②번,
③번 투덜은 간단하게 기각이다. ②번은 아시다시피 원작이 원래 그런거고, ③번은 원작이 우리나라
번역본으로 나왔을 때의 제목이니 이 또한 비난할 수 없음이다.
한편 ⑤번과
⑥번 투덜은, 팀 로빈스가 등장하는 대목이 워낙에 뜬금없는데다가 코믹하기까지하여 발생된 투덜이라
사료되는데, 그 사해동포적 박애주의가 감동적이긴 하나, 팀 로빈스 형님도 다 나름대로 출연료
받아감서 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투덜로서는 적합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⑥번 투덜에
해당되시는 분은.... 알아서들 하시라.
필자가
상당히 공감하는 투덜은 ④번 투덜인데, 하지만, 얘네들이 보여준 문제는 거의 몇 장면 나오지도
않았던 얘네들 엄마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결말
부분을 보면 아시겠지만, 지상을 완전 초토화 시킨 뒤, 그 위를 8년생 홍삼스러운 시뻘건 거시기로
뒤덮어버린 외계인들의 극악한 손길이, 유독 애들 엄마가 있던 보스톤 외가집에 만큼은 뻗치지 않았다.
유리창
하나 안 깨진 그 집에서 24시간 항시 대기했던 엄마는,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말짱한
모습으로 애들과 톰 크루즈를 반겨맞이 하였으며, 정의감에 불살라올라 화르르 적진으로 돌진한 뒤
완전 소식이 끊겼던 아들 역시 이 집에서 말짱한 얼굴로 걸어 나온다.
이제는
아무도 말릴 수 없는 불치병임이 확인된 스필버그 불멸의 테마 ‘가족의 상실과 회복’을 하기 위한
무리수임이 명백한 이 설정. 이것을 투덜의 나락에서 건져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다.
영화의
제목을 바꾸는 것, 그렇다, 바로 그것뿐이다.
요컨대,
얘네들 엄마가 있던 집만이 멀쩡했던 현상에 대한 설명은 오직, 그곳이 외계인들조차 뚫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보호막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는 가설을 통해서만 가능한 바, <우주전쟁>
주최측은 제목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여 각종 투덜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다.
<엄마는,
알고보니, 외계인>.
씨네 21 511호 (05년 7월 둘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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