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덜    군       투    덜    양

최신 영화 교육과정 개선안

투덜군, 날로 변화하는 영화제작 환경에 발맞춰 최신 커리큘럼을 제안하다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첨예하다.

워낙에 그쪽 정치업계가, 불난 집 호떡 뒤집듯 화려한 조변석개적 버라이어티성을 자랑하는 업계인지라, 이 글이 나갈 때 쯤이면 어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지는 도무지 알 수 없음이다만, 여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엔 그렇다.

헌데, 평소 ‘시류에 편승하여 대세에 영합한다’는 신조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필자로서는, 교육관련 쟁점이 뜨겁게 충돌하는 현 시국을 조용히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필자는 최근 한국 영화들이 보여주는 최신 경향들을 반영하는 영화 교육 커리큘럼 강화안을 제안함으로써, 교육내실화를 위한 강호제현들의 노력에 보조를 함께하고저 한다.

각급 영화관련 교육기관에서는, 次 교육학년도 교과 과정에 다음 과목들을 추가시켜주시기를 요망한다.

① 난치/불치병학 개론

당해 과목은, 각종 연애 관련 영화들의 수요가 급증하는 봄철마다 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던 핵심 커리큘럼으로서, 올 봄에도 역시 <마이캡틴 김대출>, <도마뱀> 등으로 그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특기할만한 것은 <연리지>의 경우인데, 당 영화는 영화사상 최초로 ‘남녀 주인공 합동 불치병’이라는 혁신적인 컨셉을 제안해냄으로써 불치병 무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새로운 컨셉의 불치병은 한번에 다량의 불치병들을 사용함으로써 불치병 자원의 급속한 고갈을 부를 수 있어,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가까운 예로 <청춘만화>는 주인공에게 걸리게 할 참신한 불치병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함으로써 결국 신체절단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채택, 극장내 연애세력들을 일제히 시껍케 하였던 바, 예비 영화인들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난치/불치병 지식을 확립케 할 필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② 사투리 구사 워크숍

사투리 구사법은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최신 기법이다.

오래 전 <친구>등의 영화를 통해 그 성능을 인정받은 이 기법은 최근 들어, 알고 보면 별 내용도 아닌 대사를 뭔가 있는 듯 변모시키는 방법으로서 즐겨 사용되고 있다.

이 기법은 제작비 추가 지출의 부담 없이 저렴하고 신속하게 영화를 데코레이션하는 기법인 바, <사생결단>의 경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그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불어, 최근 <국경의 남쪽>, <짝패> 등의 영화로, 과거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사투리 영역이 전 한반도 지역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어, 변화하는 사투리 환경에 대한 예비 영화인들의 적응력을 제고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③ 인체 방수학 특론

당 과목 역시 작금 개봉되고 있는 연애 관련 영화들을 통해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분야이다.

<연리지>, <도마뱀> 등의 영화는 남성 주인공들은 화르르 불살라 오르는 사랑을 적정 온도 이하로 냉각시키기 위해 ‘구태여 우산 없이 나가, 비 쫄딱 맞기’라는 수랭식 기법을 공히 채택하고 있다.

특히 <도마뱀>의 주인공 캐릭터는, 그 전봇대와도 같은 비를 맞는 도중, 비를 피하라는 다른 인물의 권유를 “여기가 더 편해요”라는 한마디로 일축함으로써 이 기법에 대한 강한 신뢰와 확신을 보이고 있는 바,

이에 우천 연기로 발생될 수 있는 각종 질병과 사고로부터 연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체 방수기법은 영화 제작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지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 과목 외에도 ‘대사 반복 전달의 실제’ 등 다수의 추가 요망 과정들이 있으나, 지면 관계상 상세한 설명을 부득이 생략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모쪼록 이용후생 실사구시의 자세에 입각한 교육 내실화를 통하여, 해마다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정치권의 새봄맞이 전투질을 박멸시킬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영화 교육계에서도 적극 동참하여 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상.


씨네 21 552호 (05년 5월 둘째주)

<투덜군 투덜양>은 씨네 21에 격주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