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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보고 나서
1. 극장을 들어서기 전에 들었던 생각
<퇴마록>
은 말할것도 없고, <쉬리>에 실망한 사람들까지 아마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와, 그 제목한번 길다)에
거는 기대감은 참 미묘할 것 같다.
이상(李箱)이라는 사람, 또는 그의 시 만해도 상상력에 호소해오는 뭔가가 있는 소재임에 틀림없는데, 이걸
96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힐 정도의 검증받은 시나리오가 미스테리 영화로 다듬어냈다..
그리고 그걸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들어간 특수효과(SFX)가 받쳐줬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기대를
가질만한데 말이다.
하지만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긴하다. 연기를 잘 한다고들은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불안한 '젊은' 캐스팅(김태우하구
이민우는 연기를 잘한다고 하지만, 신은경은 아무래도 좀 불안한 거 같고. 거기다 고구마가 오바하진 않을까?)도
그렇거니와, 예고편에서 살짝 봤던 <퇴마록>스러운 분위기도. 그 예고편에서는 이민우마저 꽤나 '차인표스러운(또는
신현준스러운?)' 연기를 하고 있던데.. 혹시 '<퇴
마록> 투'를 보게되는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끔찍한 하루가 될 가능성도 있겠다싶다.
뭐, 삼세번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번에는 뭔가 건지는게 있겠지. 근데 이번에도 또 '삼성 픽쳐스 제공'이라니,
이번엔 정말이지 <쉬리>때 처럼 삼성로고 퍼레이드만는 안 봤으면 좋겠다. 영화 시작전에 삼성 광고 스무편을
보는 한이 있어도 말야. 혹시 이상이 '건축무한육면각체'를 쓰던 타자기에 대문짝만한 삼성로고가 찍혀있는건
아니겠지..
2. 오프닝
오프닝과 함께 시작되는 관객과의 氣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는건 영화. '1979년'이라는 자막과 함께 예고편에서
봤을때는 퍽이나 촌스러워 보였던 바로 그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스러운 세트가 의외로 압도적으로
관객앞에 떡 하니 버텨선다. 하늘로 뻥 뚫린 깊디깊은 터널, 그것을 오르내리는 리프트, 그 밑에 개미같이
선 사람들. 이것을 담는 고감도 필름으로 만들어진 거친 입자가 주는 다 큐멘터리적인 사실감은, 이 압도적인
지하공간에 갇혀서 뭔가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하는 사람들의 공포를 긴박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그 긴박감은 '현재' 시점으로 계속 이어진다. 지프를 몰아대며 땀으로 범벅이된 채 마냥 전화기를
두드리는 덕희(이민우 분), 그를 유령처럼 따라오는 벙거지 맨, 본의아니게 그 필사적인 연락을 씹게된 용민(김태우
분)과 태경(신은경 분). 결국 덕희가 공중전화 박스에서 벙거지 맨에게 습격을 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오프닝. 여기까지 영화는 안경알 닦을 정도의 시간도 없을 정도로 관객을 사로잡고, 몰아친다.
아래아한글에서 글씨를 좀 예쁘게 뽑은 것 같은, 무려 11글자 짜리 타이틀이 화면에 쿠쿠쿵 박힐때 쯤,
그 촌스러운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이도 속아왔던 마음에 다시 한 번 기대가 슬그머니 자리잡는다.
3. 시니리오
우선 다행인 것 하나. 삼성로고 퍼레이드는 없었다(대신 "유니텔"과 "중앙일보 문화부 기잔데요"가 있지만. <쉬리>
의 협찬사 퍼레이드에 비하면, 무척 웃기긴 하지만 그런대로 애교로 넘길 수 있는 대사). 또 하나 다행인
것 하나. 시나리오가 튼튼했다. 그리고 하나 더 다행인 것. 시나리오를 풀어나가는 연출이 마구리가 아니었다.
시나리오는 그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함정들, 즉 ① 아이디어 하나는 재밌으니까 할 얘기가 있건없건 그냥
밀어붙여보자는 '소재주의' ② 대책없이 이 얘기 저 얘기 주-악 펼쳐놓기만 하고 뒷수습을 못해 손가락만
물고 있는 '뒷심부족' ③ 쓸다리 없이 뻔한 교훈을 관객에게 설교하려는 '엄숙주의'의 함정들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면서, 때로는 한 발식 푹푹 빠지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풀어놓는다. 사실 '建築無限六面角體'라는,
듣기만 해도 뭔가 있을 것 같은 소재로 미스테리를 영화를 만들겠다는 착안 자체도 높이 살만한것 아닌가.
물론 거기에서 끝났더라면 '아쉬움'만 잔뜩 남기는 <퇴마록>같은 영화가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건축무한..>의 시나리오가 풀어놓는 이야기, 적어도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의 매끈함은 나쁘지 않다.
이상의 수많은 암호문같은 시들 중 하나를 골라서, 그걸 그의 '미스테리'한 행적에 연결하고, 주인공들에게
그걸 풀게하는 동기를 하나씩 제공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을 개미무덤에 빠지듯 비밀의 핵심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솜씨는 사실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챠트 펼쳐놓고 줄거리 브리핑을 하는 듯한 문어체 대사는 심각하다.
"무엇무엇과.."는 "무엇무엇하구.."로, "이렇게 저렇게 되는거죠"는 "이렇게 저렇게 되는거예요"로 바뀌어야
한다(이건 한국 영화의 시나리오의 고질병. 듣기만 해도 닭살인 '책읽는 말투', 또는 그걸 극복해 보려는
'오바하는 육두문자'. 극과 극은 통하기 마련이다. 왜 중용의 미덕은 없는걸까).
그리고 어치피 이상의 시에서 출발한 미스테리라면 좀 더 그 시에 엄격하게 얘기를 만들었어야하지 않았을까.
물론 역사적 '사실'에 역사적 '허구'를 정말로 그럴 듯하게 짜 넣은 상상력은 칭찬이 아깝지 않지만,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훨씬 기가막힌 영화가 나왔을 것이다. 어차피 시의 내용이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되니깐, 영화 중간 시 한행 한행으로 소제목을 붙여가면서, 여기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훨씬 멋졌을것을 말이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 같은 답답해보이는 인물을 왜 이야기에 구겨넣어야
했을까. 그 아자씨 그렇게도 신비로와 보이나? 난 하나도 안 그렇더만.. 시나리오 쓴 장용민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읽고 감동이라도 먹었었나? 물론 '토굴 장면'부터 드러나기 시작하는 허무하고, 진부하고,
촌스럽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결론은 얘기할 필요도 없고.
하지만. 그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상상력과 구성력은 이제까지의 한국 영화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젊은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은 한국에서 '헐리우드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건축무한..>의 시나리오는 헬기와 미국에서 수입한 총기들과, 뻑적지근한 폭파씬만
있으면 영화가 재미있어질 수 있다는 착각은 하지 않고 있다.
4. 연출/미술/특수효과
그 착각을 떨쳐버린 공은 아마도 유상욱 감독에게 돌려야 할 것인지도 모르겠다. "100퍼센트 대학생층을
대상으로 한 젊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어느정도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수
많은 영화를 흉내(좋게 말하면 '인용', 사실 70퍼센트 정도 흉내에 더 가깝다)내면서 별의별 테크닉을
다 보여준다. 과연 희한한 '카메라워크'만 보면 그냥 쓰러지는 요즘 젊은 '영화狂'들이 거품을 물만하다.
게다가 영화의 전반부는 주인공들의 첫 아지트 'Feel 카페', 그들이 처음 만나는 농구장(?)의 벽화,
덕희의 방 등 '홍대앞'스러운 미술로 일관한다. 물론 주인공들의 패션도 여기에서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약방의 감초, PC통신도 빠질리 없다(그 통신은 물론 유니텔). 하물며 핸드폰은 말해 무엇하리. 확실히
'대학생층'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은 모두 그러모아 두었다. 그리고 그 '홍대앞'스러운 미술은 성공한다.
TV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좀 고급스러운 분식집같은 인테리어가 아닌, 세련되게 손 때 묻은 분위기니까. 그리고
웬지 거기에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드니까.
하지만 이런게 연출의 핵심은 아니다. 유상욱 감독에 대해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 이런 '내가 아는건 다
써먹어보자'라는 가열찬 결의가 보이는 스타일의 홍수 속에서도, 기본은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괜찮았던 점은 이 영화가 취한 플래시백(flashback, 과거회상) 구조. 이 덕분에 영화 전반의 긴장감이
효과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물론 영화가 중반부 쯤해서, 다시 오프닝에 나왔던 장면으로 돌아오는 대목부턴
본격적으로 김이 빠지기 시작하지만.
또한 화면구성이라든지 편집도 적절하게('말이 되게') 되어있다. 특히 덕희의 차가 벙거지 맨에게 쫒기는
장면은 지금까지 국산 자동차 추격 장면중 최고다. <쉬리>의 그 어설픈 자동차 추격 장면을 생각하면 이
장면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미술과 특수/시각효과(감독 신경식)에서도 이 영화는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CG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거의 세트나 미니어쳐를 직접 촬영해서 만든 장면들은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또 한번, 문제는 용민과
태경이 본격적으로 토굴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부분부터인데, 시나리오도 시나리 오지만, 음습한 음모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지하치고는 너무 휘황한(그리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 덕분에 토굴은 롯데월드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고생고생해서 도달하는 '육면각체의 방'의 디자인(가장 중요한 것인데)은 석굴암과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의
성배실을 짬뽕해놓은 것 같은 디자인으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상상력 제로의 공간이 됐다. 아무리 거미줄 같은
걸 치렁치렁 걸어놔도 '원판 불변의 법칙'은 깨지지 않는다. 하긴 이 '육면각체의 방'으로 향하는 토굴
전체가 상상력 제로의 공간이니, 굳이 여기만 따지는 것도 우습긴하다. 확실하게 뭔가를 보여주는 결말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따르는 고충은 이해가 가지만, 그 고충은 <인디아나 존스>에게 보다는, 상상력에 호소했어야 옳았다.
아니면, 정말로 뭔가를 참고할 수 밖에 없었다면, 차라리 <인디아나 존스>보다는 무시무시한 지하세계를 엄청난
스케일로 묘사해놓은 하루키의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참고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음습한 분위기로 보나, 그 아기자기한 상상력으로 보나 그쪽이 훨씬 나았다. 어쩌면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만행스러운 음모를 폭로하는 영화에 일본 소설을 참고하는건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또 하나. 왜 등장인물이 괴물로 변하는 장면은 <전설의 고향> 수준에서 한 걸음도 나아지지 않는지
알 수가 없음이다.
어쨌든, 아쉬움을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이 후반부를 빼고 얘기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영화화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으로 받았던 이 시나리오를 힘있게 끌고 간 연출력의 탄탄함은 높이 살만하다.
5. 연기
그렇지만 "연기에 영화의 사활을 건다"던 감독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니면 역부족이었을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스턴트도 자진해서 했을 정도로 무진장 애썼다던 신은경의 연기는 최악이다. <퇴마록>의 신현준, 추상미
만큼이나. 좀 심하게 말하면 신인배우 공모 오디션의 카메라 테스트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가뜩이나 문어체스러운
대사가 신은경의 연기와 겹칠때면 아찔한 민망함이 온 몸을 엄습한다.
연기 잘 하기로 소문난 이민우는 신은경 정도는 아니지만, <용의 눈물>의 독이 아직 안빠졌는지, 실망스럽게도
자신의 연기력을 과신하는 듯한 '목에 힘 들어간' 연기를 보여준다. 그래, 연기 잘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연기를 연기하는 것처럼 연기해.
의외로 이 영화의 주인공 삼인방 중 가장 연기가 뛰어난 건 김태우다. 가끔씩 혀짧은 핸디캡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런건 그의 가장 '정상적인 젊은이'다운 자연스러운 연기에 비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짓말>에서
전혀 거리낌없다는 듯이 바보 연기를 해내던 김태우의 연기는 나름대로 상당히 단련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리고
박정환(카피캣 역)과 고구마(캔버스 역)는 나름대로의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해내긴 하지만, 그리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카피캣이 벙거지 맨의 공격을 받는 장면에서의 상당히 코믹한 연기가 인상 깊었다면 인상
깊었달까. 칼에 찔리고도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사람이 어딨냐(락커라는 설정 때문에 그랬나?). '자폐적인
미술소년'을 연기하는 고구마의 모습에서도 억지스러움이 언뜻언뜻 배어 나온다.
결론적으로, 신은경만 좀 잘했어도 훨씬 볼만한 영화가 나왔을 것이라고 하면 너무 잔인한 얘길까. 하지만
그게 사실이긴 하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가 그 완성도를 떠나서 시사해주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상상력은 시대, 유행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어 버린다는 것. 그리고 상상력은 언제나 인간이 도달한 테크놀러지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아주 당연시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식, "테크놀러지의 한계
때문에 인간의 상상력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다"는 상식은 사실 우습도록 앞뒤가 뒤집힌 명제라는 것이다.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발음할 시간 정도만 생각해봐도 금방 그 허구성이 드러나는 이 '상식'은,
아마도 이렇게 고쳐져야 할 것이다. "테크놀러지의 한계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언제든지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명제'로. 그리고 "테크놀러지는 우리 인간의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 존재해야한다"라는 '당위'로.
전자는 테크놀러지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것 자체가 인간의 상상력이었다는 '사실'에 의해, 그리고 상상력과
자본(또는 기술) 중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기발한 상상력의 영화들에 의해 증명된다.
그리고 후자는 공허한 SFX만이 난무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마비상태(눈, 귀,
그리고 두뇌의 마비)를 피하기 위해 옹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도, 두 명제의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적어도 영화에 있어서는. '머리'같은 것은 극장밖에
두고 들어가야할 것 같은, 그것을 모두가 모두에게 강요하고 있는 듯한, 이 질식할 것 같은 상상력 부재의
시대에도 말이다.
7. 극장문을 나서면서 든 생각
어쨌든 이 정도면 환호할 만한 이유가 있다. 여러가지 결점들, 특히 지루하기 짝이 없는 후반부와 싱겁기
짝이 없는 결말, 그리고 신은경의 연기가 상당하긴 혔지만, 최소한 <퇴마록>과 <쉬리>에는 없었던 것들이
있었다.
두 영화의 '희망사항'으로 끝났던 상상력이 살아있는 시나리오,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던 영화적
구성, 여기저기서 베껴오긴 했지만 드디어 자기것으로 소화되기 시작한 스타일은 우선 두 영화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구 '우리나라가 아니라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영화'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하면서도 거하다거나 구닥스럽다거나
하는 느낌은 주지않는 감각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첫 20분'만 지나면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지기 시작하고마는 영화들하고는 다르다는 점이
가장 괜찮은 점이었다. 이 정도로 오랫동안, 그러니까 그 놈의 떼돈들인 '토굴액션'이 시작되기 전까지.
영화의 2/3정도까지 관객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 영화를 만든다는게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다. 어쨌거나 영화는
계속 상상력에 호소해오는 뭔가를 자꾸 던지고 있었다.
최소한 그놈의 '토굴 장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놈의 롯데월드 토굴장면..
..역시, 뭐든 마무리가 제일 어려운 법이다.
8. 덧붙여서
1. 물론 오프닝 장면에서의 일그러진 화면은 <에일리언 3>의 그 유명한 '에일리언 시점샷(죄수들이 에일리언을
납 용광로로 몰아넣을때 에일리언의 시점을 표현했던 그 광각렌즈로 일그러진 화면)'을 그대로 흉내낸 것이고,
배경 음악 또한 <에일리언 3>의 '용광로 장례식' 시퀀스의 음악을 완전히 표절한 것이다. 게다가, '쓰레기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개'까지도 흉내낼 필요가 있었을까. <에일리언 3>가 엄청나게 히트라도 쳤었더라면,
이 인트로는 아마도 상당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근데 모방이 이 정도라면 20세기 폭스사에 로열티라도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2. 위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의 아지트 'Feel 카페'는 명동성당 근처에 있다. 거기서
카피캣이 뚱땅대는 Vester같은 기타로는 아마도 "핑크 플로이드에 대적"하기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덕희의
자동차가 쫒기는 장면에서의 고가도로가 얽혀있는 길은 바로 그 카페 앞길, 즉 남산 2호 터널과 명동성당
중간에 있는 길이다. 그리고 카체이싱 장면에서 커브가 심한 그 길은 <미술관 옆 동물원>의 그 예쁜 길,
바로 남산 순환 도로다. 같은 길도 영화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보이는구만.
3. 좀 길지만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전문을 인용해드린다. 사실 이 시의 제목은 'AU MAGASIN DE
NOUVEAUTES' - '양품점에서'라는 뜻 - 이다.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이 시가 실렸던 문집의 제목이구.
어쨌든, 이 시, 확실히 상당한 면이 있다.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의향수의맞이한동양의가을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회충양약이라고씌어져있다.
옥상정원,원후를흉내내고있는마드모아젤,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체공식
시계문자반에XII에내리워진일개의침수된황혼,
도아-내부의도아-의내부의조롱의내부의카나리아의내부의감살문호의내부의인사,
식당의문깐에방금도달한자웅과도같은붕우가헤어진다.
파랑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이삼륜차에적하(積荷)된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가구를질구하는조화분연,
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간사람은
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은저남자의상반에흡사하다.(나는애련한해후에애련하는나)
사각이난케-스가걷기시작이다.(소름끼치는일이다.)
라지에터근방에서승천하는굳바이,
바깥은우중,발광어류의군집이동.
1932년 7월
李 箱
1999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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