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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필자는, <조폭 마누라>가 가슴판 한가운데에 남기고 간 짙은 가을빛 추억의 족적에 대해서 논하였다.

<조폭 마누라>의 추억은 추억이고, 우리에게는 또다시 추석 대박시즌을 맞이하여, 과연 이 영화의 속편이 뭇 쌈마이 팬 일동의 두려움없고 쪽팔림없는 쌈마이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지 여부를, 사사로운 감정없이 냉정히 살펴보아야 할 소명이 주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살펴본 <조폭 마누라 2>는.....

재미 없었다.

아, 이번 추석에는 볼 영화 조또 없음이다.

이 영화, 왕년 약빨 살아있는 앞부분 20분쯤은 쫌 재밌을려다가, 그 이후로 내내 좌석에서 몸 꼬이게 지루해준다. 그 수준은 거의 <오!브라더스>와 비시무리하다.

<조폭 2>에서 가장 깝깝한 부분은, 전투중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바람에 중화요리 배달업에 종사하게 된 신은경, 즉 '깔치'가, 그 기억 상실증에서 회복하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라 하겠다.

그 시간은 무려...

.....

...여튼 존나게 긴 시간이다.

분초 단위의 정확한 시간은 안재봐서 모리겠고, 영화가 최소한 2/3 이상 지나갈때까지라고 보믄 된다.

그럼, 그 2/3동안 '깔치'는 뭘 하느냐. 자기를 구해준 짱깨집 주인네서 열심히 짱깨 배달을 하면서, 기억을 되찾으려는 각종 요법을 시도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옛날 가위질 버릇들이 튀어나오기도 하구.

이게 이 2/3을 끌고가는 메인설정이다. 즉, 1편에서는 '여류조폭'이라는 상황이 코믹의 메인테마였다면, 2편에서는 '기억상실'이 메인테마가 된다는 것이다.

<첫사랑 사수궐기대회>가 '안되면 백혈병'으로 그 쒯덩어리적 명성을 확고부동하게 굳히었더랬는데, 이에 화답하듯, <조폭 마누라2>는 '안되면 기억상실증'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기왕 하는 김에 '안되면 유산상속' 같은 설정의 영화도 하나 나와줘서 '2003년 진부설정 3부작'을 완성해내는 것도 나름대로 뜻깊은 일이겠다. 어쨌든,

기억을 되찾으려고하는 플러그에 손가락끼고, 비오는 날 높은데 올라가고, 절 찾아가고, 뱀 잡아먹고 등등의 삽질행각은 별로 안웃기며, 그 외의 코믹 상황들도 역시 예전의 그 필이 아니다.

그리고 관객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단발성 쪼크만이 회의적 분위기 가득한 극장안을 공허히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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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폭 마누라 2>는, 진부해서 오히려 특이한 '기억상실'이라는 설정을, 왜 이토록 오래 질질질질.. 끌었던 것인가.

改過遷善

오.. 이건 소문으로만 듣던 그 '문자'라는 것이 아니더냐.. 본 필자, 스스로가 막 대견해질라구 그런다.

어쨌든, 개과천선이 그 원인이다. 이 영화, 깔치를 인간 만들어서 '나름대로 착한 영화' 그런거 해볼라구 애썼다는 얘기다. 영화의 2/3를 차지하는 이 시간은 사실상 깔치의 조폭필 세척에 투하된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결국 영화의 2/3 쯤에 와서, 신은경은 갑자기 시장 사람들의 추대를 받아 상조회장이 된다. 시장을 밀어버리고 쇼핑몰을 만들려는 철거용역깡패에 정면으로 맞서는 입장이 된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신은경의 기억이 되돌아오는 타이밍이 되는 것이다.

왕년 앙숙이었던 용역깡패 대표 백상어와 상조회장의 자격으로 맞서는 깔치, 얘가 뭘 할지는 대충 예상이 가고 남음이 있다. 거기에 짱깨집 사장님 딸이 백상어에게 납치되는 상황까지 가세되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거의 조폭 등짝의 잉어문신보듯 뻔하다.

그리하여, '지역주민의 권익과 가족의 안위를 지키는 개과천선 착한 깡패'라는 컨셉이 드디어 완성되는 것이다. 그 장황무구한 세척기간을 거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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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조폭 마누라 2>의 이 난데없는 개과천선의 원인은 무엇인가.

모르긴 몰라도, 조폭문화 망국 어쩌구저쩌구 하던 재래식 언론의 되도 않는 야림이 아마 큰 몫을 했을꺼라고 본다.

조또. 그런다고 그렇게 냅다 찌그러지나? '니들이나 잘해' 이럼서 계속 옛날컨셉 그대로 갈 수는 없었나?

평론가나 언론 나부랭이들이야 뭐라건, 명절때마다 온몸던져 오로지 관객만족의 한길만을 갔던 성룡 큰형님..

그가 그리워지는 건, 바로 이런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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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조폭 마누라 2> 3大 패착

1. 우정출연

처음 인트로부터 '우정출연 장쯔이'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박히고, 동네방네 장쯔이가 우정출연한다는 사실을 떠들어버렸다. 게다가, 그 우정출연의 컨셉도 1편과 대동소이 하였다. 당연히 1편에서 최민스 형님이 날렸던 막판 한 방의 충격은 절대 없다.

필자는 거의 막판, 리무진 타고 시장골목을 빠져나가는 깔치의 앞을 가로막는 배달 스쿠터에 탄 여인이 장쯔이일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 여류 짱깨의 대통을 잇는 사람..' 뭐 이런 컨셉으로 갔으면 훨 나았을것을.

어쨌든, 이런식의 우정출연에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의외성이 생명이 아니더냐. 이 대목에서 필자는 또다시 성룡 형님의 걸작 <미라클>에서, 지나가는 거지로 약 3초 출연했던 원표의 그 잊지못할 우정출연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2. 전문용어

신은경이 상조회장이 된다음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벡상어 패들을 겨냥해서 하는 대사 "이런놈들 내 손에 걸리면...니주가리 합빠빠입니다!"는, 보기드물게 전문용어를 올바르게 구사했던 1편과 비교했을때 용납되기 어려운 오용이다.

니주가리 합빠빠는, 무려 15여년전 고삐리 층을 중심으로 발원하기 시작한 전문용어로서, '니주가리 씨빠빠 (또는 니주그리 씨빠빠)'가 정확한 어휘이다.

이 용어는 주로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또는 납득하기 어려운 비주얼의 이성'을 가리킬때 사용된 용어로서, '구리다' '쒯이다' 등의 유사어가 있다. 용례를 보면, "어제 소개팅 어땠냐?" "완전 니주가리 씨빠빠였어" 등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내 손에 걸리면...니주가리 합빠빠입니다!"는 당 용어의 잘못된 적용으로서, 이는 "내 손에 걸리면...완전 조뙈버릴 것입니다!" 또는 "...완전 개작살 날것입니다!" 등으로 수정되는 것이 옳을것이라 사료된다.

또, 부상당한 새끼조폭을 진단하는 장면에서 여의사가 "고환이 파열되어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이라고 소견을 말할때, 백상어가 "쉬운말로 해라"고 요청하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서, 의사의 대사 "부랄이 터져서 성생활이 불가능 합니다" 또한 부적절한 사례의 하나이다. 기왕 '부랄'이라는 용어를 적용하려면, 나머지도 전부 비슷한 수위의 전문용어로 번역함이 옳았다.

즉, 위 대사는 다음과 같이 수정됨이 적절할 것이라 사료되는 바다.

"뽕알이 터져서 앞으로 빠구리가 안될꺼 같다구요"

그리고, <오!브라더스>와 <조폭 마누라2>를 종합한 결론으로서, 이원종은 어설픈 코믹보단 구마적 컨셉인게 훨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