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30

<자토이치> 적정 관람료 (7000원 기준)

[ 인상요인 ] 코오...가 절로 나오는 검투 장면 : 1500원 각종 웃긴 장면들 : 1500원 멋진 음악이 주는 갑빠 효과 + 막판 집단 탭댄스의 짜릿함 : 1000원 그래도 여전히 기타노 다케시스러운, 멋진 비주얼 : 500원 계 4500원

[ 인하요인 ] 검투 중 꽤나 자주 등장하는 과도한 정육점的 피칠갑 필 : -1500원 알고보면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 : -1000원 계 -2500원

적정 관람료 : 7000원 + 4500원 - 2500원 = 9000원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별루 알고싶지도 않다만, <킬 빌>부터 <라스트 사무라이>까지 여튼 사무라이 카인드 오브 영화들이 끝도없이 나타나는 것이 작금의 추세인 듯 하다.

그 중 '武士道' 뭐 이런거에 거의 당장에라도 배를 가를 기세로 뎀비던 <바람의 검 '신선조'>라던지 <라스트 사무라이>같은 영화들이, 치사량에 육박하는 과잉 갑빠와 각으로 본의아닌 코메디의 경지를 달성했던 건 이미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안그러던 기타노 다케시가 난데없는 칼잡이 영화를 내놓았다는 소문은 뭇 영화팬들을 사뭇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最强' 두 글자 제대로 박아넣은 포스터는 상당히 멋졌다만서도..

과연 영화 또한 그럴 수 있을 것인가.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토이치>는 재밌다.

뭐, 필자가 워낙에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팬인지라 이런 얘기하는게 좀 불공평한건지도 모르지만, 뭐, 재밌는걸 어쩌라구.

사실, 기타노 다케시의 이전 영화들은 대부분 뽕나게 재밌는거와는 꽤 거리가 멀었더랬다. 멀리 갈것도 없이, 최근에 개봉하여 '뭔가 아련아릿하고도 투명청아한 연애무비'를 기대했던 관객들을 일제히 도탄에 빠뜨렸던 <돌스>도 있지 않았던가. 뭐,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 영화 역시 좋았더랬지만.. 여튼,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자토이치>에선, 특유의 무표정하면서도 어딘지 엇박자스러운 느낌은 싹뚝 자른듯이 사라지고, 대신 템포며, 촬영이며, 음악이며, 미술이며, 의상이며 하는 것들이 전부 받아먹기 쉽고도 유쾌한 버전으로 개비되었다.

사실, 처음엔 '머꼬?'싶었던 것들이 자꾸 볼수록 하나씩 이해되어가는 맛이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매력 중 큰 부분이긴 하다만, 뭐 그런 영화 지금까지 줄창 만들었으니 안 그런 영화가 나오는것도 나쁠 거 없지.

어쨌든, 안마사를 사칭한 떠돌이 맹인 검객이 한 마을의 악의 무리를 싸그리몽창 응징하고 또다시 방랑의 길을 떠난다..는 스토리는, 뭐 단순하다면 상당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영화에서는 그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법이 문제 아닌가. 그 단순한 스토리도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만화스런 감각과 짬뽕 됨으로써, 우리가 어린 시절 그토록 환호해 마지않던 권선징악形 만화영화의 성인버전 같은 정취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 논매기/밭고르기를 빙자하여 잠깐씩 튀어나오던 리듬 댄스가 막판의 화려한 집단 가무 마을 축제로 집대성되는 대목에 이르면, 아좋다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검객 영화에 이런 컨셉을 낑궈넣을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타노 다케시의 감각의 수준은 능히 짐작가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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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영화가 무슨 전대미문의 완전 무결함 영화냐. 물론 그런 얘기 아니라는건 아실꺼고..

이 영화에서 가장 시껍할만한 부분은 역시나 각종 정육점스러운 장면들일 것이다.

평소 꾸리꾸리 추레한 비주얼을 보이다가도, 칼만 뽑으면 보이지도 않는 눈빛을 번득이는 자토이치의 검투 장면은 물론 멋지다. 특히 칼을 뽑는 대목과, 넣는 대목에서 보여주는 예술적 갑빠는 절로 코오....소리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나쁜놈 대표선수 vs 자토이치 ( 나쁜놈 대표선수 또한 꽤 멋졌다 )

하지만, 인체의 각종 부위를 순두부 썰듯 썰어제끼는 종합 버라이어티 칼질 콜렉션은 관객들에게 '어우, 쟤 허벌 아프겠다...'하는 사해동포적 고통을 안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원래 감독이 그런거에 남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안다만, 그래도 쫌만 살살하지 그랬냐...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뭔가 거하거나 정교한 스토리 같은걸 기대한 관객들은, 알고보면 단순한 스토리에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거야 사무라이 영화는 몽조리 거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가진 측의 과실이 더 클 것이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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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로 그 거하지 않은 점이야말로 <자토이치> 최고의 매력이라 할 것이다.

비장무쌍한 武士道, 뻑적지근한 검과 의상, 칼날같은 눈빛 같은 것들 따위는 초개와 같이 개무시 한 채, 오로지 실력 하나로 떼로 뎀비는 깡패집단을 평정하는 떠돌이 검객...

게다가 그의 칼은 주군도, 명예도, 무사도도 아닌, 주위의 힘없고 소박한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았던가.

그런면에서, <자토이치>의 진부한 스토리를 그토록 유쾌한 얘기로 풀어낸 건, 어쩌면 기타노 다케시의 공력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건, 집단의 힘을 자신의 힘이라 착각한 채, 그 얄팍한 울타리 안에서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겉만 번드르르한 검을 휘두르며 각종 잡스런 짓들을 자행하는 자들이 창궐하고 있는 세상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