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 18

<빅 피쉬 > 적정 관람료 (7000원 기준)

[ 인상요인 ] 오랜 인내끝에 갑자기 닥쳐오는 막판 감동 : 2500원 군데군데에서 불시에 튀어나오는 재미있는 대사와 설정들 : 500원 계 3000원

[ 인하요인 ] 한참 봐야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를 겨우 알아먹을 수 있는 스토리 : -2000원 슈퍼 구라맨 아버지가 들려주는 '내가 왕년에...'가 스토리의 주종을 이루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산만함 : -500원 미국애들 아니면 별루 필 안꽂힐만한 필의 빠다향 가득한 분위기 : -2000원 기타등등 모든 것들이 종합된 결과로 밀려오는 졸음 : -1000원 계 -5500원

적정 관람료 : 7000원 + 3000원 - 5500원 = 4500원

어쨌든 멋진 포스터 이미지.

그리고 팀 버튼의 영화라는 점.

이 두 가지만으로도 <빅 피쉬>는 '웬만해선 봐줘야만 할 영화'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역시, 중간에 끊고 나온듯한 찝찝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물론 그건, 뭇 관객들로 하여금 급기야 극장탈출을 감행치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던 전작 <혹성탈출>이 남긴, 원숭이 안면 주름 만큼이나 깊은 상흔 때문이기도 하다만, 그보다 이 찝찝함의 원인으로 더욱 적합한 것은,

그렇다.

제목을 봐도, 포스터를 봐도, 찌라시를 봐도 도대체 파악이 되질 않는 영화의 정체인 것이다.

영화를 보기 시작해도 풀리지 않는 것 같은 그 의문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변화한다.

그렇게, 한시간이 넘게 지나도록 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인지조차 속 시원하게 드러내주지 않던, 또는 못하던 <빅 피쉬>...

그러나,

영화는 드디어 약 2시간쯤 경과된 시점에 이르면서 지금까지 쌓여온 의혹과 답답함을 해소시키며, 그제서야 비로소 감동 비스무리한 걸 슬슬 끌어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몇 분 지나지도 않아, 그야말로 갑자기, 아무런 예고나 조짐도 없이 기습적으로 눈물마저 끌어내버린다.

처음에는 그 영문도 잘 알 수 없는 눈물을 말이다.

이것이 영화가 2시간 하고도 3분 쯤이 경과되었을 때 벌어졌던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고, 에디 베더의 예의 그 염소的 보컬이 불러주는 주제가가 흐르기 시작하면, 관객들은 비로소 영화만큼이나 희한한 공기가 자기 주위를 떠돌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 ·

팀 버튼의 예전 작품들만큼, 또는 포스터 만큼이라도 강하고 멋들어진 비주얼도 그다지 없었고,

미국애들 아니면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만한 '대박급 구라로 다시 짚어본 미국의 왕년 역사, 그리고 그에 대한 향수'라는 컨셉도 그렇고,

적응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실과 구라의 세계를 중구난방으로 왔다리 갔다리하는 듯한 필의 이야기 구성도 그렇고,

그것들로 인해서 유발되는 졸음도 그렇고,

아니나다를까 스필버그가 감독하려고 했다가 말았던 스토리답게 '소중한 가족애' 뭐 이런걸 담고 있는, 웬지 팀 버튼과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주제도 그랬지만,

어쨌든 이 영화의 기습적인 감동과 그것이 남긴 희미한 뒷맛만은,

겨울 바람 속에 섞여있던 은근한 봄 기운과 꽤나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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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빅 피쉬>는 참으로 희한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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