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수정 권고위 검열 시행령

- 현재 영화판에 창궐하고 있는 구라의 종류와 그 대책 -



구라 검열 기준
 

본 구라수정 권고위원회(이하 구라위)는 관객들의 명랑 단란한 영화관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각종 구라들을 검열, 수정권고 함으로써 관객들의 "씨바, 말두 안돼" 또는 삿대질을 동반한 "우와하하..!" 등의 시니컬한 반응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그 목적을 둔다.

본 위원회가 이러한 중차대한 임무를 띤 위원회이니만큼, 본격적인 구라 검열에 앞서 우선 구라 검열의 기준이 될 구라 검열 시행령을 전 영화계에 하달하는 바이다. 

본 시행령은 모든 영화들속에서 돌발 출현할 수 있는 구라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이를 정의함으로써 엄한걸 구라라구 우기거나, 구라를 안 구라라고 우기는 혼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공표된다.

앞으로 벌어질 구라위의 제반 검열활동은 아래 시행령에 준하여 이루어진다. 물론 본 공사 총재의 직권으로 인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꼴리는대로 바꿀 수도 있구.  


구라수정 권고위원회 검열 시행령
- 영화적 구라의 종류와 그 대책 -

 

법정 제1종 구라
관습적 구라
대책 : 검열 불필요

사실 본 위원회가 각잡고 절라 진지하게 따지기 전선에 함 뛰어들면, 비교적 시끄러운 영화들(액션, SF, 어드벤쳐, 판타지 등등) 중, 본 위원회의 검열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영화는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즉, 액션 영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총이나 주먹 한 방 맞고 삼단 풍차돌리기 하면서 자빠라지는 엑스트라들은 모조리 해고/편집삭제 권고대상에 포함될 것이라 사료된다. 죽기도 바쁘고 후달려 죽겠는데, 720도 초고속 회전 풍차돌리기 할 시간이 어디 있냐. 

유사한 예로 분류될 수 있는 몇가지 대표적인 경우를 아래에 제시한다.


1. 얼굴 한 방 때리면 야구빠따로 수박 뽀개는 소리가 극장 가득히 울려퍼진다. 현실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때린넘이 더 놀라서 조빠라지게 도주한다.

2. 반면, 머리 부위등을 맥주병으로 고속 가격했는데도 병만 깨지고 머리는 안깨진다. 물론 이 경우, 박터지는 소리없이 병 깨지는 소리만이 외롭게 음향효과로 첨가된다. 현실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김 일 옹에 대한 평가절하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 예상된다.

[참고 자료] <초록 불고기>중의 한 장면
"어쭈구리.. 니덜이 시방 개겼냐?"
"빡! (다 뎀벼)"
이거 무지 아프겠다고 생각되지만
의연하기만 한 한석규.
이 영화를 통해, 결국 그는 김일 옹의
후손이었음이 발켜지고 만다..

3. 자기 좃과 남의 좃도 분간하기 힘든 몇 백미터 넘는 심해의 암흑속에서도 잠수함만은 훤히 다 보인다. 현실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동해안 바닥을 유유히 방랑하던 가자미들은 모두 실명, 수산업계에 가자미 파동이 일어날 것이 예상된다.

[참고 자료] <크림슨 타이드>중의 한 장면
이 장면은 빛이 들어갈 수 없는,
엄청 깊은 바다에서의 수중전 장면이다.

4. 우주공간에서 비행기 날아가는 싸운드와 함께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퍼진다. 현실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딴진공 사옥을 용가리 사령 통제본부로 임대할 용의가 있다.

[참고 자료] <스타쉽 트루퍼스>, <스타워즈 - 에피소드 1> 중의 한 장면
글쎄, 이것들이 우주공간에서 소리를 내면서 난다

아..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이 무수한 구라들의 도도한 물결..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구라들을 검열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제외조치할 것을 하달한다. 이 구라들은 영화와 관객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암묵적인 약속, 즉 본 위원회에 의해 '관습'이라고 명명된 게임의 규칙위에서 자행되는 구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봐 줄 수 있다.

요컨데, 대부분의 영화속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좀 다른 '구라가 일상화 된' 세계이므로, '관습적 구라'로 분류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검열에서 제외시킨다.

 

법정 제 2 종 구라
비상식적 구라
대책 : 분위기봐서 검열 여부 결정

'비 상식적 구라'라 함은 말 그대로 '일반적인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구라'이다. 

존나게 멋진 연출이 받쳐주고, 존나게 훌륭한 연기가 땡겨줘도, 그 장면의 설정 자체가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 장면은 쒯덩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단, 몰상식한 자가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는 제외). 이를 '비 상식적 구라'로 분류한다.

'관습적 구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런 구라들은 주로 액션 영화들에서 빈번한 빈도로 출현한다는 것이 구라학계에 보고되어있다. 아래는 그 예이다.


<리쎌 웨폰 4> 중반부의 자동차 추격장면 중, 멜 깁슨이 너덜너덜한 비니루로 트럭에 매달려있는 탁자를 타고 고속도로를 서핑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것이 '비상식적' 구라의 대표작이다. 

트럭 짐칸 대충 막아놓는데 쓰는 이 천막 비니루, 탁자만 매달려두 금방 걸레가 되고도 남음이 있거늘, 탁자뿐만이 아니라 그 위에 탄 최소한 90kg은 나가보이는 사람을 태우고도 땀한방울 흘리지 않는다. 비니루도 비니루이거니와, 탁자는 더 강력하다. 이 탁자는 분명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데, 철판에도 순식간에 빵꾸를 낼 만한 속도(추정속도 최소한 70km/h)에서도 벤허 전차마냥 그 위풍만 당당하다. 

[참고자료] <리쎌 웨폰 4> 중 당해 장면
글쎄 얘가 어디 매달려 있나 했더니
벤허 전차도 아닌, 바로 비니루에
매달린 탁자였던 것이었다 

이 비니루하고 탁자는 어쩌면 3M/듀퐁 합작으로 극비리에 개발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비닐과 탁자'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 그런 설명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므로, '비상식적 구라'로 분류한다.

<리쎌웨폰> 시리즈는 꽤 재밌어서(특히 2편까지는) 표적수사를 함에 있어, 좀 가슴이 아프다만, 어쨌든 각설하고, 요점은 다음과 같다.

전문적인 과학적/공학적 지식없이도 그 구라성을 순식간에 눈치깔 수 있는 '상식'의 선에서 용서되기 힘든 구라들을 '비상식적 구라'로 분류한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에 따라서 귀엽게 봐주고 넘어갈 수 있는 경우, 이는 정상참작의 요건으로 작용, 굳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

 

법정 제 3 종 구라
비논리적 구라
대책 : 적극 검열, 적극 시정권고

이 비상식적 구라에 못지않게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또 하나의 구라가 학계에 보고되고 있는바, 본 위원회는 그것을 '비논리적 구라'라 명명한다. 이 구라는 지가 앞에서 해놓은 얘기, 지가 개무시하고 어기는 구라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상세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스타워즈>의 세계에서는 대기, 지질, 중력 등이 모두 차이가 날 행성들 사이를 모든 생물이 어떠한 장치의 도움도 없이 안방 드나들듯 자유롭게 드나든다. <미래소년 코난>의 세계에서는 코난이라는 인간(이라기보다 여러 모로 볼 때 괴물에 훨 가까운 넘이지만)이 건물을 벽을 땅바닥 삼아 수직으로 뗘댕긴다. 사람의 달리기 가속도가 지구의 중력 가속도보다도 높다는 얘기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영화들은 캐도캐도 끝이 없는, 말뚜 안되는 비상식적 구라의 황금광맥이다. 하지만 이 구라들은 관객의 명랑한 관람 분위기를 치명적으로 저해하는 악성구라들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지덜만의 절라 이상한 세계(<스타워즈>는 "절라 머나먼 옛날 존나게 머나먼 먼 은하계", <미래소년 코난>은 "핵전쟁 이후의.. 거시기")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돌아가는 논리는 나름대로 말이 되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헌데, 자기가 만들어논 규칙도 못 지키는 찐따같은 영화들이 있어서 명랑 영화관람의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영화들이 함유하고 있는, 앞뒤 아다리 안 맞는 구라가 '비논리적 구라'다. 아래는 <쒜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이다.

1.
[구라내용] 전반부에서 이명현(김윤진 분)이 시내 한 복판 건물 옥상에서 총은 물론 온 몸을 다 드러내고 날 잡아 잡수하면서 '저격'을 감행하다가 유중원(한석규 분)한테 껄린다. 

[구라사유] "처절한 훈련과정을 거쳐 인간병기로 단련된 북조선에서 가장 유능한 저격수"가 대낮에 찐따같이 위치노출하면서 '저격'을 한다.

[권고사항] 우리는 여기에서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햇빛의 반사를 막기 위해 조준경 렌즈 뚜겅은 맨 나중에 열어야 한다"는 레옹의 가르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도다. 킬러의 도가 땅에 떨어졌구나.. 

2.
[구라내용]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에 의해 탈취당한 절라 무서운 퍽탄 CTX는, 대도시 4개 블록 정도는 우습게 아작내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구라사유] 그렇게 무시무시하다구 겁주던 CTX가, 백화점 건물 떨러덩 하나, 그것도 위쪽부터 질서있게 차례로 뽀시고 끝나버린다.

[참고자료] <쒜리>의 CTX 폭발장면
맨 윗 층 부터 차근차근 

[권고사항] 그 고도의 질서의식만은 높이 사는 바이다. 

위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앞부분에서 뭔가 존나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폭탄이 터지는 조건, 세균이 전염되는 조건 등)을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영화일수록 이런 구라를 내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구라의 가장 큰 유해성은, 어쨌든 저질러 놓은걸 수습해야되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그 강도가 높아진다는데 있다. 영화를 단순히 황당한 것으로 만드는 비상식적 구라와는 달리, 영화를 점점 재미없는/짜증나는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본 '비논리적 구라'는 적극 검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악성 구라라 할 수 있겠다.

 

법정 제 4 종 구라
비과학적 구라
대책 : 소관 부처(엽기 과학부)에 일임

영화속 구라중 가장 잘 알려져있는 구라의 형태인 비과학적 구라에 대한 검열은 본 딴진공 구라위의 소관업무가 아닌, 엽기 과학부의 소관이므로 해당 부처에 그 업무를 일임한다.


구라위 검열 시행세칙

본 위원회의 검열 업무는 관객의 명랑 영화관람을 저촉하는 구라에 대한 수정안을 권고하고 영화를 좀 더 재밌고 완성도 높은 것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아무거나 마구리로 구라의 범주에 집어넣는 것은 본 위원회 설립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불허한다.

아무리 본 위원회가 구라 검열로 먹고산다지만, 영화나고 구라났지, 구라나고 영화가 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

- 딴지 영화진흥공사
사무총장 한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