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말하기도 촌스런 얘기다만서도, 그래도 해야겠다.
문화의 생명은 다양성이다.
마치 커피와 김장김치의 조합같이,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것들이 서로 부딪치고, 섞이고,
합쳐지고, 나눠지는 가운데 뭔가 새로운 것이 튀어나오는 것. 이게 '문화'라고 불리우는 것이 발전해
온 방법이다.
그런데,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이런 얘기가 개무시 됨으로써,
본의 아니게 열리게 된 영화제가 있다.
바로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다.
지난 2004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PiFan)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김홍준 집행위원장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짤렸을 때, 짜른 쪽에서 대표적으로 내세웠던 이유는 '이 행사가 너무 안대중적인 영화만 트는
바람에, 부천의 일반 시민들이 아닌, 일부 영화 관계자와 매니아들의 잔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까는 소리다.
관객들의 입장에서 영화제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축제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평소에
여러가지 이유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영화들을 왕창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닌가.
특히나, 상업논리로 인해 가뜩이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같이 개성 넘치고 영양가 만점의 영화제가 있다는 것은, 빤쓰속에 꼬불쳐논 만원 짜리 현찰 만큼이나 든든한
일이었다.
몰지각한 세탁소 아저씨 때문에 세탁통 안에서 분해될 뻔한 이 만원짜리가, 올해는 천원짜리 열 장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을 위시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의 전임 프로그래머 세 명(김영덕, 김도혜, 손소영)이
주축이 되어, 예전 PiFan의 법통을 이은 판타스틱 영화제를 열게 된 것이다.
이번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에선, 동구권 국가들의 SF 영화 특별전을 비롯하여 각종 맛좋고 영양많은
영화들이 와장창 상영된다고 하니, 정염의 태양 이글거리는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여 <야시장>
시리즈 전권을 독파할 원대한 목표를 세웠던 독자 제위께서는 잠시 계획을 미뤄 두시고,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필름 포럼(구 헐리우드 극장)에 잽싸게 왕림하여 주시기 바란다.
이 영화제의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은 아래를 보시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