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 내놔', '얼굴없는 미녀', '구미호' 등의 주옥같은 에피소드들을
쏟아내며, 매년 여름 명실공히 납량특집의 제왕으로서 부동의 지위를 굳혔던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

우리의 머리속에 공포의 산실로만 각인되어 있는 <전설의 고향>은, 허나, 납량특집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겨울철이면 '고려장', '효자와 아기와 산삼', '은혜 갚은 호랑이은' 등의 가슴 훈훈해지는
미담들 또한 다량 양산해냈던 기후 적응형 전천후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기억하시는가. 이야기가 결말부분에 도달하면 "이 이야기는 전라북도 임실지방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로..."로 시작하여, "...현대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로 마무리 되는 정리요약 멘트를 읊조리던 그 매혹의 바라톤을. 아, 그립다..
어쨌든.
이렇듯, '오일 쇼크'로 대표되는 70년대 에너지 위기를 정신력으로 극복해보려는 고도의 헝그리 정신을
발휘하며 시대를 선도했던 <전설의 고향>에 대한 오마쥬를 바치며, 본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를 거듭할수록 무더워지는 전지구적 환경위기를 염력으로 극복하기 위한 납량특집 별책부록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본지 편집국은 직통 핫라인을 가동, 평소 본지의 황색 민족정론질에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지고
있는 각 분야의 사회 저명인사들을 접선, 이들이 알고 있거나 겪은 가장 무서운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작업에
착수, 나름대로의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던 바, 그 결과를 별책부록으로 묶어 공개한다.
각 이야기는 휴가지에서, 돌아가며 무서운 얘기를 하는 밤 시간에 즉석에서 사용해 주시라는 의미에서,
휴대가 간편한 사이즈로 절취할 수 있도록 배려 하였다.
단, 아래 얘기들을 '무서운 얘기'라고 했다가 발생할 결과에 대해서, 본지는 교환 및 환불 등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조영남 ]
나는 귀신이나 이런
거 안 믿어. 그거는 송창식이나, 김도향, 윤복희, 심수봉 이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돼.
사실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웠던 일은 말이야, 내가 그..
일본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파문이 일어난 일이예요. 거의 뭐 죽는 줄 알았죠. 내가 그때 느낀
게, '아, 부산시장 안상영씨나 현대 정몽헌씨, 대우 남사장 등의 사람들이 이래서 죽는구나..'하는
거였어요. 저도 바로 순간까지도 가봤어요. 그게 제일 무서운 기억이네요.
특히, 그 일이 터지고 난 다음 이틀 밤이 무서웠어요. 지금이야
다 밝혀지고 있지만, 그땐 이렇게 생각했지. '내가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는데, 죽어야 되나
살아야 되나...' 그렇게 패닉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워싱턴에서 열리는 서울대 동창회 초청 콘서트에
갔어요. 할 수 없이. 선약이 돼 있었으니까.
그래서, 거기에 있는 친지들이 내가 멀리서 왔다고 저녁을 샀어요.
베이징 덕을 말이지. 한 이십 명 모여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친지들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궁금한 거예요. 근데 워낙 민감한 사안이니까차마 나한테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하고. 그래서, 남자가 변명을
한다는 게 옹색하긴 했지만, 어쨌든 궁금해 하니까, 이렇게 저렇게 돼서 내가 지금 쫓기듯이 왔다..
그랬어요.
그렇게 시간이 밤 12시 가까이 됐는데, 왜 그, 포춘 쿠키라고
있죠? 그걸 나눠주길래 나도 무심코 하나 집어들어서, 그 과자 속에 들어있는 예언 쪽지를 봤는데,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인 거야. (본지, 특종의 기대에 만빵 부풂)
야,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말야. 이 내용이 너무 신비로워.
"Nature, 쩜 찍고, time and patience
is the greatest healer"
그러니까, "순리 : 시간과 기다림이 가장 좋은 약이다"
이게 나온거야.
그래서 그때 스무명 모두가 입을 딱 벌리고, "야,
이런 절묘한 순간이 있을까"라고 했죠...
(하략)
이러한 '안 무서운 무서운 얘기'외에도, 조영남 씨는 이 사건을 겪었을 당시 자신의 발언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직설적으로 지적하여 벽력과도 같은 깨달음을 얻게 해 준 한 아가씨의 이야기와,
당시,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신성일씨 실형 선고 사건과 마이클 잭슨 피소 사건 등의 기사를 보면서
'여기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운이 좋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내심 미안함을 느꼈다는 이야기
등을 했으나,
솔직히 안타깝게도, 그 어떤 얘기도 본지가 추구하고자 하는 무서운 얘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그가 들려준 그 어떤 얘기도 '무서운 이야기'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본지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을 수 없다...

[ 하일성 ]
귀신이란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스타일인 하일성 씨는, 첫 인터뷰에서 ‘너무 갑작스러워서 무서운 얘기가
잘 생각이 안 난다’고 하며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런 이유로 30여 분 뒤 2차 시기를 시도한 결과
본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수집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이야기들은 전부 실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집에 도둑놈이 들어왔어, 도둑놈이. 근데 이 도둑놈이 진짜 무섭더라고. 고 2때면 한창
힘쓸 때 아니예요. 그 때, 저하고 친구하고 집에 둘이 있는데 도둑놈이 들어온 거예요.
근데 저나 이 친구나 도둑을 많이 맞아봐서 '다음엔 꼭 제 정신을 가지고 대처하자...' 이렇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 참에 이 놈이 딱 걸린 거야.
그래서 그 도둑놈을 쫓아갔지. 그러다가 결국엔 막다른 골목에
도착했는데, 그때서야 제대로 봤거든요.
근데, 이 놈이 거의 나체에다가, 솜 있죠, 흰 솜? 그걸
무릎에 댔더라구요. 기어다니는 소리 안 나게 하려고 그랬는지는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무릎에 솜을
댔더라구.
옷차림은 거의 빤쓰 바람 - 그러니까 반라(半裸)지 - 그
꼴을 해서 막다른 골목 끝에 딱 서 가지고, "니네, 하나씩 와, 와!“ 그러면서 솜을 던지는데,
못 가겠더라구..
진짜, 살면서 그때가 제일 무서웠어. 도둑놈이 무섭다는 거
그때 알았어. 캄캄한 밤에 홀라당 벗은 놈이 솜을 던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때가
한 1시 즈음 됐었어요. 결국은 경찰이 와서 잡아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지. 근데, 어우,
그때는 정말 무섭더라구...
(이하 변명모드)
근데 그게요, 다 지난 다음에 얘기로 하니까 별로 안 무서운 거 같지만, 바로 저기쯤에 도둑놈이 절대
못 도망가는 코너에 몰려 있는데도 못 갈 정도로 무섭더라구요. 둘이서 발이 딱 얼어붙어 가지구, 그쪽에서는
“너, 와!”이러고, 우리는 바깥에서 “니가 와, 니가 와” 그러구...
(새로운 아이템 생각난 듯)
아, 그리고, 이거는 무서운 얘기가 아니고 웃긴
얘긴데, 우리 친구 어머님 얘기예요.
이 친구네 집이 북아현동이었는데, 단독주택이었거든요? 집이
컸어요. 잘 살았다구, 얘네가.
그런데 어느 해 여름에 친구 어머님이, 잠이 하도 안오니까
잠옷 바람에 산발을 하고, 아무 생각없이 커튼을 연거야. 근데, 마침 그때 밖에서 문 열고 들어오려고
하던 도둑놈이 이 노인네를 본거야. 그리구, 바로 그 자리에서 기절한 거 있지, 도둑놈이.
그럼요, 이거 실화예요. 유명했어요. 북아현동에서.. 글쎄
도둑놈이 (본인도 웃으며) 기절을 했다니까, 도둑놈이.
커텐이 딱 열리는데, 왠 여자가 잠옷 바람에 산발을 하고, 눈까지 마주치니까 기절을 해버린거지.
근데, 이 어머니도 또 놀래가지구, 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한 시간을 헤매고 돌아다니고..
어쨌거나 이 도둑놈이 얼마나 놀랬겠어요. 조용히 문 따고 들어올래다가,
그 산발한 여자가 나타났으니.. 허허허..
그래, 안다.
본지 역시 위 증언을 과연 무서운 얘기 별책부록에 수록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회의와 회의를 거듭하며
격론을 벌였더랬다. 허나, 어쨌든 위 증언은 무섭냐 아니냐를 떠나서 재미만큼은 있는 증언이었으므로,
기사 가치가 충분하다 판단되어, 이 자리에 수록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아, 그리고.
그 기절한 도둑놈은 즉시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한다.

[ 한젬마 ]
귀신을 보거나 했던 경험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던 미술 평론가 한젬마 씨. 그래도 혹시 뭔가 초자연적
현상이라도 경험한 것이 없냐고 묻자, 그녀는 이 얘기를 꺼냈다.
가장 자신 없는 어조로, 가장 '무서운 이야기'에 근접한 얘기를 해 준 이너뷰 재료.
개인적으로
공포영화조차도 못봐요. 심장이 약해가지구. 그래서, 그냥 어렸을 때 경험한 믿거나 말거나 한 사건 하나
얘기해드릴께요.
국민학교 1학년 때였던 거 같아요. 왜, 분신사바인가 하는,
볼펜잡고 돌리고 뭐 그러면 마귀도 나오고 그런 거 있잖아요. 근데 그거 말고, 볼펜 대신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게 있었어요. 예컨데 7을 몇 번 돌리고, 8을 몇 번 돌리고.. 예. 정확하게 번호가 뭐였는지
생각은 안나요. 예를 들어서, 5를 50번 돌리면 귀신이 나타난다 뭐 이런 식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그 번호를 돌려봤거든요.
그런데, (목소리 약간
떨리면서) 지금도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한데, 수화기에서 누군가 막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진짜로 전화가 걸린 것도 신기한데, 거기에서 나온 소리가 의자가 막 부서지고 책상 부서지고 하는 소리였던
거예요..
네. 확실히 기엔 뭔가가 막 부서지는 듯한 소리였어요. 그
소리하고 같이 한바탕 싸움을 하는 소리도 나고 말이죠..
그때 너무 무서웠는데, 끊지도 못하고 그냥 수화기 들고 그
소리를 계속 들었거든요? 그랬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말이 되나
싶은데, 그런 일이 있었던 건 분명히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처음 그 전화를 걸었을 땐, 저 혼자 그 소리를
듣고 끊었거든요. 그래서 그 일이 있은 뒤에, 내 얘기를 입증하고 싶어서 다시 한 번 돌렸거든요? 근데
그때는 전화가 걸리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는 없었어요. 분명히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는데 말이죠.
아니예요. 착각이나 그런 건 아니었어요. 분명히 들었거든요.
아직도 선명해요. 뭔가를 탕탕거리고, 막 누군가 욕하고 그런 소리.
과연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데, 혹시 그 전화 속 인물은..
불면증에 시달린 끝에 생업도 포기한 채 4년여가 넘도록 전국의 모든 수면 클리닉이란 클리닉은 다
돌아다니며 치료에 전심전력을 다 했으나 결국 아무런 효험을 보지 못하고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던 중,
우연히 지인을 통해 태백산 잠도령 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흘 밤낮
동안을 수소문하여 태백산 줄기를 헤메고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그가 은거하며 수도하고 있는 산채를 찾아내어
그를 만나고자 하였으나, 천 일 수도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으니 수도가 끝날때까지는 속세의 사람을
절대로 대할 수 없소이다라며 던진 잠도령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일주일 밤낮을 모진 비바람 맞아가며
그 집 앞 마당에서 무릎꿇고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마침내
잠도령으로부터 태백산의 정기 받은 신묘한 약재 한 첩을 받아들어 눈물로 감읍하며 산채를 떠나려는 순간,
"이 약재는 반드시 태백산에서만 구할 수 있는 천년묵은 주목으로 만든 숯으로 땐 불로, 삼
일 밤낮동안 쉬지 않고 모든 정성을 다해 달이셔야 하오. 약이 다 달여진 다음, 약이 식기 전에 바로
탕약을 드시오. 그럼 한 식경 내로 잠에 들게 될 것이오. 단, 잠든 뒤, 최소한 여덟 시간은 내리
자야만 하오. 잊지 마시오. 여덟 시간이오. 도중에 잠이 깨거나 한다면 당신의 모든 정성과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오. 자, 이제 떠나시오.."라는 말을 전해듣고, 그의 지시대로 약재를 준비, 드디어
쓰디쓴 탕약을 마신 뒤 마침내 잠이 드는데 성공, 4년만의 꿀같은 단잠에 빠져들고 난 다음 30분 쯤이나
지났을까, 평소 자신의 수면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극히 일부의 친지와 측근들에게만 알려준 특별 주문
전화번호로만 걸 수 있는 침실의 전화에서, 아니 도대체 누가 어떻게 전화를 걸고 있는 건지, 온 방안을
뒤흔드는 거대한 벨소리가 잔인하게 울려버림으로써, 지금까지의 모든 정성과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더 이상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된,
비운의 불면증 환자는 아니었을까.

이상, 위에 적은 이너뷰 재료 이외에도 본지는 신문선,
류승완, 강헌,
홍석천 등 각종
분야의 각종 인사들과 다양하게 접선, 다양한 사례를 청취할 수 있었다.
'아줌마' 최보은
씨는 귀신 얘기 같은 건 모르지만, 자신이 연쇄살인범이 된 꿈은 꽤 자주 꾼다고 증언했다. 냉장고나
마루 뭐 이런 집 여기저기에 시체를 숨겨놓는데, 그거 들킬까봐 전전긍긍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꿈속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 과정은 생략한 채, 고생만 지지리 하는 꿈이라고 했다. 이런 것이야말로
바로 '사서 고생'의 전형적인 형태라 하겠다.
어쨌든 그녀는 마무리로, '실제로 꿈이 현실이 된 경험이 있긴 있으나, 지금은 얘기해 줄 수 없다'는
신비주의적 연막을 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짓는 노련함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은 원체 귀신을 안믿는다며 완강히 저항했던 탈렌트 최화정
씨는, 본지의 끈질긴 추궁끝에 마침내 다음과 같은 심경을 토로하였다. "음..
이런 전화가 무섭죠.. 호호호호"
그리고 이 멘트에 바로 이어 그녀는, "사실 무서운
것은, 생각지도 않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거, 뭐 이런 게 무서운 거 아니겠어요?"라는,
매우 섹시한 멘트를 덧붙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증연 역시 전혀
무섭지 않았다.
어쨌든, 여성 인터뷰 재료 대부분은 - 심지어는 자칫 일반인들이 이 사람만큼은 절대 안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쉬운 변영주
감독 마저도 - 공포영화 같은 것들은 너무 무서워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진술을 했던 바, 이러한
인사들을 대거 이너뷰 재료 리스트에 올려 놓았던 본지의 특별 기획이 도달할 결말은 처음부터 예고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독자 여러분.
이리하여 본지의 납량특집 별책부록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살다보믄 가끔 이런 날도 있는거지, 뭐.
뜨뜻한 수박 한 통을 다 먹어야 되는 날도 있고, 국물보다 많은 육수 줄줄 흘려가면서 삼계탕 먹는
날도 있고, 납량특집 기획 실패하는 날도 있고, 이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그래서 오랫동안 옷장에 넣어둔 긴 팔 옷 꺼내입고, 그러다가 첫 눈 떨어지고...
뭐 그러는게 인생 아니겠는가.
어쨌든 영원한 교통체증이 없듯, 영원한 더위도 없다는 것.
이것이 기사 내용과는 상관 전혀 없는, 본 특집의 결론 되겠다.
본지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모니터 앞에 마빡 꼬라박고 무서운
얘기를 해내라며 반항지심을 불태우는 독자가 있다면, 좋다. 본 기자가 하나 들려주마.
이것은 본지 방송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실화다.
민족정론 황색 공영방송을 언제나처럼 지향하며, 고되지만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친 본지 전속 PD는,
밤늦은 퇴근을 준비하며 지금껏 스튜디오 내부를 환하게 밝히던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평소 지구 온난화와 석유 에너지 고갈문제에 남다른 관심과 집착을 가지고 있었던 이 PD는, 조명 하나하나에
꽃혀 있던 콘센트도 모조리 뽑아 놓고 퇴근하는 독특한 습성을 보여왔던 바, 이 날도 그는 스튜디오의
모든 조명의 전선 플러그 를 뽑아 놓고 스튜디오를 나서려던 차였다.
바로 그 때!
그렇다. 그 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에 대해서는 여러분께서도 능히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갑자기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스튜디오의 모든 조명이 다시 켜진 것이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쭉 돋아오름을 느끼며, 본지 전속 PD의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주마등
같이 스쳐지나갔다고 한다.
"조뙈따.. 인제 저걸 어떻게 끄지.."
역시 퇴근을 향한 인간의 본능은, 공포 본능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본 기자 역시 이 본능에 충실코저 윤전기의 전원을 내리고저 한다. 부디 별 탈 없이 잘 꺼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자 그럼, 이 여름, 끝까지 잘들 보내시라들.
- 납량특집 별책부록 제작 위원회
인터뷰 : 시포
정리/글 : 한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