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카타칼 피습으로 인해, 한산하고도 널럴하기 짝이 없던 선거정국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후끈함과는 무관하게, 일찌감치 승패가 갈리던 금번 선거는, 금번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게임의 종지부를 찍고 있다.
고도리적 메타포로 말하면, 이는 쓰리고 부른 뒤 오광까지 나버린 상황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한나라당 내의 긴장감 완화로 인한 괄약근 집단 이완 현상이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한나라당의, 그 이름도 대하서사스러운 '박근혜 대표 살해기도 및 정치테러 진상조사단(이하 박대살정진단)'이,
당 사건의 발생 직후 "경찰이 범인인 지충호씨가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발표한 뒤, 이를 번복"한 것을 문제삼아 경찰청장 해임을 요구한 일은,
이러한 한나라당 내부의 나태널럴화 정서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본지는 촉구한다.
한나라당은 경찰청장의 해임 정도로 본 사건에 대한 책임추궁을 마무리하려는 은폐/축소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평소 보여오던 독창적이고도 호방한 '만능
책임추궁 시스템'을 적극 가동할 것을.
지금 주위로 눈을 돌려보자.
당장, 지충호 씨가 아이스바를 구매하는 장면이 촬영된 편의점 CCTV 화면만으로도,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인사의 리스트를 간편하게 확장해낼 수 있다.

이 화면에서 범인 지씨는, 두 시간 후에 카타칼 테러를 자행하는 극악무도한 테러범으로서의 신분을 완벽하게
은폐한 채 편의점에 잠입, 하나도 둘도 아닌 무려 여섯개의 아이스바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가공할만한 자금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구입된 대랑의 아이스바가 오로지 지씨의 식탐을 만족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지씨 외의 인물에게 전달되었는지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는 있으나, 어쨌든 이 아이스바들이
범인의 긴장 해소와 갈증 해소, 그리고 범행 동작에 요구되는 칼로리 충족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테러범의 물적 심적 에너지원이 된 아이스바의 제조와 유통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식약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당초 3개로 알려졌던 지씨의 아이스바 구입 갯수가 이후 6개로 밝혀진 일에 대해, 이는 공범의
수를 축소하려는 명백한 사건 은폐기도라 지적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예술적 관점에서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허나, 분석과 지적만으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응용이다.
한나라당은, 아이스바의 정확한 갯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우수한 화질을 갖춘 CCTV가
아닌, 흐리멍텅한 저화질의 CCTV가 시중에 대량 유통되도록 고의적으로 방치함으로써, 사건 은폐/축소
조작을 조장한 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해, 경찰청장과
동일 수준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최근 기초 생활 보호 대상자인 지씨가 아무런 블로킹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
카드깡 등을 통해 수백만원에 이르는 거액의 자금을 확보토록 방치한 금융감독원장,
재정경제부 장관 등에 대해서는, 단순히 해임을 요구하는
선에서 머물러서는 아니될 것이며, 이들을 핵심 배후세력으로 지목해버리는 과감한 기법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바깥으로 눈길을 돌려보라.
지씨에게 카드깡을 해준 사채업자를, 누구나 손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인 '대납업자'라는
SF적 용어로 부름으로써, 누군가 지씨에게 범행 자금을 '대납'해
준 듯한 냄새를 풍기는 첨단 기법을 통해, 뭔가 배후 세력이 있지 않으면 큰일 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성공리에 만들어내고 있는 좃선일보의 눈부신 활약이 보이지 아니하는가.
이러한 일부 언론들의 눈부신 창의적 대응에 호응하여, 한나라당 또한 더욱 분발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
지금은 공약, 쟁점, 인물 등등의 모든 사안이 카타칼질 하나에 추풍낙엽과도 같이 우수수 떨어져나가버린,
절호의 상황이다.
이렇게 하늘이 내리신 기회를 십분 활용치 아니한 채 지방선거 압승 정도에만 만족하고 넘어간다면, 이것은
천명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은, 과거 대통령의 탄핵마저도 당당하게 요구해냈던 평소의 과단성과 적극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웬만한 장관들의 총 사퇴를 요구하고, 이를 기어이 실현시켜 냄으로써 '카타칼 무혈, 아니
약간혈 혁명'을 완수해내야만 할 것이다.
지금은 선거유세장에서 "박근혜 대표님, 감사합니다!" 같은 발언을 한나라하게 읊조리고 있을, 그러한
때가 아니란 말이다.
한나라당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 딴지 편집국장